마켓리서치(시장조사)는 어떤 산업이나 특정 제품/서비스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리서치 목적에 맞게 가공하여 고객(클라이언트)에게 시장 전망과 예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정부의 정책 수립이나 다양한 기업의 경영에 필요한 기본 정보는 정확하면서도 적시에 제공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바로 마켓리서치 회사의 서비스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한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서 특히 IT 산업은 지난 몇 십년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큰 성장을 이뤄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더욱 빨라진 ICT 기술발전에 따라 디지털 환경과 소비 행태가 급변하는 데다가 예상 못한 COVID-19 사태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정부든 기업이든 시장의 변화에 대한 정보가 갈수록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 소속이나 외국계 기업이 아닌 독립적인 마켓리서치 회사로서, 23년간 IT부문에 집중하여 전문 지식정보를 서비스해오고 있는 기업이 바로 ㈜날리지리서치그룹(KRG)이다. 아직 정보의 가치에 대하여 인색한 편인 국내 리서치/컨설팅 산업에서 독특한 위치를 지켜오고 있는 날리지리서치그룹의 김창훈 부사장을 만나 회사의 성공요인과 ICT산업의 전반적인 이슈에 대한 통찰을 들어 보았다.
회사가 제공하고 있는 세 가지 서비스(리서치, 서베이, 전략컨설팅) 중 각각 사업의 비중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그 중 2022년에 수행하신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것을 꼽으신다면 어떤 것이었는지요.
KRG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첫째 리서치 서비스, 둘째 컨설팅 서비스, 셋째 지식 콘텐츠 판매 등 3가지로 구분됩니다. 리서치 서비스는 기업고객 요청에 따라 새로운 시장 조사나 고객 수요 조사, 주요 경쟁사 조사 등을 실시하고, 거기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결과물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컨설팅 서비스는 2C1M 조사(Customer Survey, Competitor Survey, Market Survey)를 기반으로 기업의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에 필요한 다양한 전략을 제시하는 전략 컨설팅 서비스입니다. 지식콘텐츠 판매 서비스는 KRG가 자체 분석한 콘텐츠 등을 유료로 판매하는 서비스로서 매년 발간하는 IT시장백서, 공공수주 현황 보고서, 주요 디지털 시장에 대한 분석 보고서 등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사업 비중은 리서치 서비스 60%, 컨설팅 서비스 30%, 지식 콘텐츠 판매 10% 등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2022년도에 가장 의미 있던 프로젝트는 아마도 AI(인공지능)실태조사가 아닐까 싶은데요, 저희가 지난해 정부 발주를 통해 2개의 의미 있는 AI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하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AI 활용실태와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AI 활용현황 조사가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AI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한 AI산업 실태조사였습니다. 수요자 측면과 공급자 측면을 동시에 살펴보면서 심도 깊은 조사를 통해 향후 우리나라 AI산업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시도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의미가 있었던 또다른 프로젝트는 한국정보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수행한 디지털 인재 양성 프로젝트입니다. 디지털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무엇보다 인재 양성에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해 산업계, 학계, 정부차원에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프로젝트였다고 판단됩니다.
이외에도 한 국내 대형 디지털 기업과 10여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 컨설팅 프로젝트가 있는데, 초기에는 자료 수집이나 분석 방법론 등에서 고난도의 작업을 수행해야 해서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해가 갈수록 노하우가 쌓이면서 좀더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작업이 된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회사의 고객을 크게 나누어 보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각 고객군이 KRG에 요구하는 프로젝트의 성격은 어떻게 다른가요. 또한 회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요.
23년전에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는 공공 영역보다 기업 영역에 포커스를 두고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국내에서 리서치 사업을 수행하다 보니 공공 부문이 민간 부문만큼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지금은 공공부문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물론 공공 부문에서의 프로젝트를 확보하는 것이 리서치 사업의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고 리서치 시장에서 KRG의 브랜드를 키워가는 데에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하였습니다.
공공과 민간 프로젝트는 성격이 판이합니다. 공공 영역은 주로 전반적인 산업 트렌드와 정책적 대응방안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산업을 통찰하는 조사와 보고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고객의 Pain Point는 무엇인지, 개별 기업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좀더 Customized된 아웃풋과 Specific한 조사가 필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원천 데이터를 분석하여 활용하는 데 있어서도, 공공부문은 주로 산업 전반적인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민간영역은 해당 기업이 해당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인 경영전략, 마케팅 전략, 영업 전략 등을 제시하려는 목적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ICT산업 자체가 지식기반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런 산업을 대상으로 리서치/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KRG 특유의 강점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무엇보다 IT와 디지털에 특화된 조사 및 분석 회사라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KRG는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첨단 IT기술 등을 대상으로 한우물만 파왔습니다. 외형성장을 위해 한때 일반 정치/사회 여론조사나 소비재 관련 조사 등을 고려한 적도 있었지만, 전문영역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초기의 다짐을 지켜왔다고 자부합니다. 때문에 국내에서 KRG만큼 IT에 전문성을 가진 리서치 업체는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현재 KRG 인력의 대부분은 IT에 특화된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현장 밀착형 리서치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KRG가 글로벌 리서치 기관에 비해 방법론이나 분석적 기법 등의 면에서는 다소 경쟁력이 열위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원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에서는 나름 강점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시장에 대한 현장 데이터가 문제가 있으면 아무리 분석 방법론이 뛰어나다 해도 무용지물이죠. 얼마나 현장의 데이터를 신뢰성 있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하고 현장 밀착형 리서치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다양한 조사 패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 국내에서 기업의 IT담당자 패널을 KRG만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나 기관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공급업체 측면에서도 수만명의 패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20여년간 IT분야에 집중해 온 결과 지금과 같은 다양한 공급자, 수요자 등의 패널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되어 좀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나라 중추 산업의 하나인 ICT부문 전문 리서치/컨설팅 기업으로서,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ICT기업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 및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첫번째는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기는 하지만 시장 파이로만 놓고 보면 작은 규모입니다. 우리나라 IT시장 규모는 수 년째 전세계 IT시장의 1% 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한다 해도 내수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단순히 기술적 측면 뿐 아니라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전략들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만큼이나 정보 수집에도 공을 들여야 합니다.
두번째는 인력 양성입니다. 인력 양성은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전체로 봤을 때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을 훈련시켜서 훌륭한 역량을 갖춘 인재로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사업 구조로는 좋은 인재를 발탁한다 해도 이들을 훌륭한 인재로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급, 중급, 초급 등 수준별로 적합한 교육을 통하여 산업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절실합니다. 동시에 중소기업에서도 뛰어난 인재들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는 기업가 정신입니다. ICT 분야는 모험적인 분야입니다.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계속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CEO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혁신가여야 합니다. 힘든 시절을 겪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요즘 흔히 말하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ICT 기업들에게는 인력수급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KRG는 이런 주제의 리서치 용역을 수행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각 주체(정부, 학교, 기업)에게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지난해 중순 이후부터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경기침체를 이유로 대규모 해고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력 수급 면에서 한편에서는 적절한 인력을 찾는 것에 애를 먹고 있는 반면에 한편에서는 침체를 이유로 대량 해고가 벌어지고 있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교육과 산업 현장과의 연계 부족, 적절한 인재 프로그램 미흡, ICT기업들의 전략 부재 등이 뒤섞여 일어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올바른 ICT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역할 분담과 함께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교육현장에서는 단순히 기능적 측면만 학습시킬 게 아니라 좀더 폭넓은 사고를 가진 인력들을 양성하는 입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또한 현장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현장 연계형 인재를 양성하는 다양한 차원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대학은 초보 인재 양성을 위한 기본 학습에 전력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향후 산업계 현장에서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은 직원 선발 후 그 수준에 대한 테스트를 통해 각 단계별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대기업보다 시스템 면에서 부족한 중소기업은 일반 교육기업이나 학원과의 연계를 통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나라에서 일정부문 교육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강화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차원에서는 산업계에서 전반적으로 필요로 하는 인재들의 유형을 여러 각도로 분석하고,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단계별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인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인재 허브 플랫폼’ 같은 것을 만들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인재채용 플랫폼을 좀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닌 만큼, 단기적 시각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의 향후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은 무엇입니까. 그런 의미에서 금년인 2023년에 추진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들을 얘기해 주십시오.
KRG의 궁극적인 비전이자 역할은 ‘고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기에 제공한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급변하는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시장 정보 수집 노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고, 보다 전문화된 전문인력 양성, IT 측면의 지식과 노하우 축적, 분석기법 고도화 등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시장을 좀더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자체 지식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매뉴얼화하여 지속적으로 분석 콘텐츠들을 발간할 계획입니다. 또한 해외시장에 대해서는 KRG나름의 정보 수집 노력을 통해 여러 소스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과 관련된 백서도 계획 중입니다.
또한 어느 해보다도 힘든 시기를 겪을 것이란 점에서 ICT기업들에게 필요한 시장 정보와 경제 정보를 제때 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멀티 플랫폼도 구현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