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의 통상정책은 자국 산업경쟁력 강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대중국 견제 능력 확보를 주요 기조로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패키지 법안을 추진 중에 있다. 상원에서의 미국 혁신경쟁법, 하원에서의 미국경쟁법 통과가 이러한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혁신경쟁법 법안은 반도체 산업 지원, 첨단미래기술 육성, 국제협력·미국가지 수호를 통한 중국 견제 강화, 일반특혜관세(GSP)·기타수입관세임시철폐제도(MTB)·301조 관세면제 재개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 경쟁법 역시 반도체산업 지원, 공급망 안정, 연구/기술 경쟁력 강화, 글로벌 리더십 강화를 위한 포괄적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혁신경쟁법과 미국경쟁법은 공통적으로 자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특히 미국은 미국혁신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USICA)에 포함된 CHIPS Act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민간부문의 투자를 촉진하고자 한다. 520억 달러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반도체 주요산업에 대한 지원, 공급망 복원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포함한다. 특히 미 상무부는 다음 네 가지 영역을 주요 아젠다로, 정책적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Semiconductor Financial Assistance Program): 2021년 국방수권법(9902조)에 따라 국내 반도체 제조시설의 설립, 증설, 현대화를 추진하는 민간 또는 공공-민간 합작 사업에 대해 보조금/신용공여 등 금융지원 제공
- 국립 반도체 기술센터(National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 2021년 국방수권법(9906조)에 따라 NSTC 신설. NSTC는 첨단 반도체 제조 R&D 촉진, 투자기금 조성, 기술상용화 지원, 지재권 보호, 대학-정부 연구소 협업 주관 등 전담
- 첨단 패키징 제조 프로그램(Advanced Packaging Manufacturing Program): 첨단 패키징 기술을 통해 제조 생산성, 에너지 효율, 비용 절감 등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친 혁신 제고
- 반도체 산업 분야 인재 개발(Workforce Development Needs of the Industry):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 민간/공공 영역의 필수 핵심 노동력 육성 프로그램 운영
안보적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 대두
미국은 전통적으로 안보보다는 글로벌 밸류체인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을 인지해왔다. 이 때문에 막대한 비용 투자를 통한 규모의 경제 형성이 중요한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는 한국과 대만에 맡기고 반도체 설계(팹리스)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반도체 품귀로 GM과 테슬라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라인스탑이 발생하며 반도체 제조 기반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 패권을 두고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으로서는 반도체 생산 역량 자체를 동아시아에 의존하는 것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위협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래 기술 패권경쟁의 핵심인,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혁신의 기반이 모두 반도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미래 기술 패권의 핵심이 되는 반도체 산업
반도체는 스마트폰, PC와 같은 일상적인 장치에서 자율주행 차량과 같은 신기술, 나아가 유도 미사일에서 전투기를 포함한 국방 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자 제품의 두뇌 역할을 한다. 특히, 비즈니스와 기술의 미래는 '데이터'를 그 중심으로 하여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자율주행과 AI, 블록체인 등 디지털 전환(DX)의 핵심은 데이터이다. 따라서 방대한 규모로 발생하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전송하고 저장하는 반도체 기술 역량이 미래 패권을 좌우할 것이다.
미국의 산업, 학계 및 주 정부 파트너 연합은 NSER(National Semiconductor Economic Roadmap)을 발표한 바 있다. 민간 기업, 대학, 반도체 협회를 포함한 NSER 참가자는 현재 기술 과제, 인프라 및 공급망, 새로운 인력 기술 요구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 일례로, 인텔은 200억 달러를 투자하여 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TSMC가 피닉스에 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1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애리조나에는 200개 이상의 반도체 제조 시설에서 2만2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이뤄지는 모든 기술 혁신들이 서로 융합되면서 반도체 고도화 달성을 위해 노력 하고 있으며, 최첨단 전자제품들이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반도체의 미래를 정립하는 과정이 가속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