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개념이 있다. ‘유희하는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이 인간관은 비생산적 행위인 놀이나 정신적 창조 활동 등의 유희가 생활 전체를 보완하고, 문화 기능을 갖는 필수적인 요소로 발전한다고 본다.
스토익엔터테인먼트의 김홍석 대표이사는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시대에 VR(Virtual Reality)이 인간의 일상을 보완하고,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유희’로서 현실에 새로운 활력을 충전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토익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2014년 3월 창업 후 이제 꼭 만 8년 동안 모바일 게임, 증강현실 콘텐츠, 가상현실 콘텐츠들을 개발해 온 콘텐츠 개발사입니다. 2016년부터 주로 가상현실 VR 게임에 집중해 12개의 게임 타이틀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최근 메타(Meta, 페이스북 모회사)의 오큘러스 퀘스트2 장비를 통해 B2C 시장이 개화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지난해 12월 KB인베스트먼트, 한화투자증권, 라인스튜디오 등으로부터 시리즈 프리A 투자를 유치, 글로벌 탑 티어 VR 게임 개발사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올해 ‘월드워 툰즈 : 탱크 아레나 VR’과 ‘마이 리틀 셰프 : 쿠킹 어드벤처 VR’을 선보인다고 했는데, 현재 진행 상황이 궁금합니다.
2020년 10월에 오큘러스 퀘스트2 하드웨어가 시장에 공개된 후, 1년 만에 1천만 대가 넘게 판매되면서 ·VR 게임 시장이 확대됐습니다. 한국에서는 오큘러스 퀘스트2 장비를 SK텔레콤에서 공식 독점 유통 중인데, SK텔레콤과 메타 코리아의 협업으로 한국의 VR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시키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스토익이 개발 중인 ‘월드 워 툰즈 : 탱크 아레나 VR’은 한국 VR 게임 글로벌화 프로젝트 제1호에 선정됐습니다. 지난해 ‘지스타 2021’에서 베타 버전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오큘러스 퀘스트2 장비에 최적화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로 올해 출시가 목표입니다.
한국 모바일 게임으로 글로벌 2천200만 다운로드를 기록 중인 요리 게임 ‘마이 리틀 셰프’를 원작으로 개발한 ‘쿠킹 어드벤처 VR’는 소셜 네트워크의 게임적인 상호 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올해 내 베타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VR 게임의 오큘러스 퀘스트2 최적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월드 워 툰즈 : 탱크 아레나 VR’은 사실 이미 2019년에 오프라인 VR 테마파크 버전으로 시뮬레이터 하드웨어 및 PC와 결합된 형태로 개발했던 제품입니다. 그러나 오큘러스 퀘스트2에 최적화하는 과정은 단순한 포팅(Porting)이 아니라 콘셉트 정도만 유지하면서 기획, 그래픽과 프로그램을 다시 개발해야 했습니다.
‘마이 리틀 셰프’에는 NFT 기술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NFT가 VR 및 메타버스 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최근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논의가 다양해지면서, NFT 발행 콘텐츠들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토익도 근미래의 산업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NFT 서비스를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가상세계에서는 각 문화권의 요리 재료들을 수없이 많은 조합으로 어울리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콘텐츠가 진품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트렌드가 생겼고, P2E(Play to Earn)라는 돈 버는 게임이라는 개념까지 결합하면서 시장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사실 NFT가 어떤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듯 합니다.
NFT가 부여된 제품을 유통하는 과정이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NFT 서비스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메타버스가 주목 받았는데요. VR 시장은 기대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향후 관련 시장의 성장성과 한국 기업의 글로벌 VR 시장 영향력을 전망한다면?
메타버스는 사실 정의 자체가 합의되지 않았고, 장님 코끼리 더듬듯 각 사업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특징들만 나열되고 있어 마케팅 차원의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AR이나 VR은 매우 명확한 기술적 측면을 보유하고 있죠.
기술적 측면과 달리 시장 확대가 느린 것은 하드웨어 보급의 문제가 가장 큽니다. VR 산업에서 하드웨어는 HMD(Head Mounted Display)라는 장비인데, 아직은 일부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불편한 기기 정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HMD는 소셜 네트워크, 사회적 연결이라는 핵심 키워드로 확장이 가능한 장비입니다. 아직은 기기의 경량화, 가격인하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많지만,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바로 옆에 존재하는 것처럼 사회적 연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VR 분야의 시장 전망은 발전이 생각보다 더디더라도 매우 밝을 것이라고 봅니다.
스토익엔터테인먼트의 비전은 무엇이고, VR 게임이 미래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스토익은 ‘가상세계에서의 즐거움을 기반으로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가상현실 콘텐츠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삶을 활기차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만한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죠.
VR 게임 분야에서 의미있는 성공을 거둔다면 더 발전한 VR 콘텐츠와 현실세계의 융합에 집중하고 싶지만, 현재의 스토익은 브롤스타즈 게임을 만든 핀란드 게임 개발사 수퍼셀이 롤모델입니다. 소규모 개발팀이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경쟁하고,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상업적으로 실패했더라도 아낌없는 격려와 찬사를 보내는 수퍼셀처럼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치고 힘들었을 때, 간편하고 손쉽게 즐거운 경험을 하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유희의 행동들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VR 게임은 향후 현실세계를 더 재미있게 반영하고, 현실과 연결고리를 가져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영화 ‘레디플레이어 원’처럼 말이죠. 가상세계에서의 나는 좀 더 멋지고,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현실세계에서도 자신감을 얻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토익엔터테인먼트는 최윤화 대표이사가 김홍석 대표이사와 공동으로 창업한 기업이다. 인생의 동반자이기도 한 두 사람은 같은 미래의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김홍석 대표이사와 인터뷰 중 함께한 최윤화 대표이사와의 이야기를 조금 담아본다.
코로나19가 스토익엔터테인먼트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코로나19는 여러 가지로 사람들에게 많은 학습을 시켜준 것 같습니다. 저희가 기존에는 온라인 화상회의 같은 것들에 소극적으로 대처했지만, 지금은 많은 회사들이 원격으로 화상회의를 하고 있으니까요. 오프라인에서 하던 모든 행위들을 사이버 공간으로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큰 전환의 계기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나중에 이런 상황이 다시 도래할 때 적극적으로 사람 간의 연결을 더 끈끈하게 할 수 있는 기술들이 필요하다는 공감과 인식이 많이 작용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저희가 게임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서비스라든지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예정인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좋은 계기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오큘러스 퀘스트2를 개발한 메타에 대한 생각은?
제조업은 제조 단가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제품을 판매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인데, 메타는 지금 하드웨어인 오큘러스 퀘스트2를 원가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새로운 산업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 손실을 감당 중인 셈이죠.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장비를 보급해서 제대로 된 산업이 만들어질 때까지 계속 투자를 하면, 어느 시점에는 분명 의미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는 확신, 어떻게 보면 챌린지에요. 물론, 그만큼 자본을 투입할 능력도 있고, 손실이 있더라도 투자한다는 것을 미국 자본시장에서 용납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이 상황은 저희 같은 콘텐츠 기업에게는 희망적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