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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모바일 First’ 정책 위에 써 내려간 1천700만 가입자 신화

카카오뱅크 정규돈 CTO

인공지능의 발전이 거듭되면서 보안이 생명이었던 금융 분야는 FinTech라는 영역을 새로이 개척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FinTech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금융산업계의 지형도를 그려가고 있다.

지난 2017년 7월 설립된 이후 올해 6월 현재 1천700만 명에 육박하는 고객을 유치한 카카오뱅크는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PC가 아닌 스마트 디바이스로만 운영하는 ‘‘모바일 First’ 정책’을 기조로 내세워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으며 8월초 상장을 앞에 두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설립된 이래 국내 금융산업의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처음 개발에임할 당시 이 정도까지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이 정도의 성과가 있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2017년 7월에 오픈하자마자 고객이 100만 명이 되었고, 연말에는 500만 명이 되었습니다. 2021년 6월 현재 1천700만 고객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정말 유례없는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를 만들기 시작할 때를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은행을 새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도전적인 과제였습니다. 금융 산업에 대해서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비스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기보다는, 왜 그래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카카오뱅크 구성원 모두가 한 사람의 유저이자 엔지니어로서 납득할 수 있는 은행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지금의 카카오뱅크를 만들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 기능을 넘어 금융플랫폼으로 출시되자마자 자리매김했습니다. 기존 은행 앱과 차별화된 금융플랫폼기능을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입니까?

카카오뱅크

‘고객경험(UX)’입니다. UX는 단순히 모바일 앱의 UI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의 총체적 경험의 집합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앱을 실행했을 때 빨리 뜨는 것도, 계좌개설하다가 앱을 중단하고 다시 시작할 때 과정이 이어지는 것도, 필요 이상으로 까다로운 인증과정을 최적화하는 것도 모두 UX입니다. 결국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충족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카카오뱅크를 시작할 때는 은행의 본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고객에게 은행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저희는 은행을 돈과 관련된 행위가 일어나는 허브로 정의했습니다.

이렇게 카카오뱅크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 뒤, 네이티브 앱으로 개발할지 하이브리드앱으로 개발할지, 모바일에서 은행의 상품은 어떤 모습이여야 할 지, 기존에서 무엇을 빼야할 지 등을 좀 더 명확하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 모바일은 항상 접속하는 환경입니다. 고객은 금융업무를 보기 위해 시간을 내서 지점에 방문하거나, PC에 앉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의 방문 패턴이 기존과 달라지게 됩니다.

카카오뱅크는 이렇듯 모바일 상에서 기존 금융상품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제공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은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UX는 그 자체로 차별적 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카카오뱅크가 여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에 대한 사전 경험 없이 4년여 만에 이런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카카오뱅크 분들은 금융, ICT, SI, 벤처 등 다양한 곳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경험이 다양하다 보니, 어떤 사안을 보는 관점이나 해결 방식도 달랐고, 그러다 보니 치열하게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의사결정도 많았고요.

대표적으로 PC뱅킹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결정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금융산업의 경험으로 보면상상하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모바일 서비스를 많이 만들어 본 ICT 경험에서는 모바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이라 판단했고, 많은 논의 끝에 ‘모바일 first’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카카오뱅크의 상품은 모바일에 최적환된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됐고, 그동안 접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었다고 봅니다. 결국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접근 방식을 중심으로 금융도메인 지식을 적용한 것이 긍정적 시너지를 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기술 없이 성립할 수 없는 은행이기 때문에, 기술을 효율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혁신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카오뱅크는 앱의 기능과 릴리스 주기에 맞춰 서비스와 상품의 생명주기가 관리되는, 모바일에 최적화하여 동작하는 은행인데요, 이러한 접근은 금융사 중에 카카오뱅크가 유일한 사례입니다.

카카오그룹사의 다양한 형태의 연동은 다른 기업과는 가장 차별화된 카카오뱅크만의 강점입니다. 개발 영역에서 이러한 강점을 어떻게 녹여내셨으며 앞으로 이를 어떻게 더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십니까?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의 여러 기술적 성과들은 카카오의 앞선 기술력과 경험이 녹아있습니다. 리눅스, 오픈소스 기반의 뱅킹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였을 뿐만 아니라, 빠르게 늘어나는 트래픽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릴리스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흔히 ‘차세대’로 표현하는 대규모 시스템 교체보다는 상시 엔지니어링을 통한 지속적 개선 체계를 수립한 것도 성과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기술 협업 사례는 ‘챗봇’입니다. 카카오뱅크의 챗봇은 국내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챗봇은 이미 고객상담의 절반가량을 처리하면서, 전화보다 높은 비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챗봇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데 카카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의 협업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신용평가를 위한 데이터 협업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기존의 신용평가 모델은 금융거래 이력에 기반하기 때문에, 사회초년생이나 주부 등 씬파일러(thin filer)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편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이러한 기존 신용평가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카카오 계열사들은 물론 통신사들과의 데이터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금융기술연구소를 오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구소의 역할과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연구는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카카오뱅크는 서비스 혁신의 근간을 기술에 두고 있기 때문에, 기술개발 및 연구활동이 무척 중요합니다.

카카오뱅크 금융기술연구소는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통해 은행 내 조직이면서도 망분리 예외 등 일부 특례적용을 통해, 기술연구개발 활동을 좀 더 빠르고 자유롭게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동시에 카카오의 여러 계열사, 외부 연구기관, 핀테크 기업 등과 협업해서 과제를 진행할 수 있는 기반도 조성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연구활동을 통해 나온 결과물은 카카오뱅크 서비스 경쟁력을 높히는 데 쓰일 것입니다.

연구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로는 카카오뱅크 기술전략 과제 중 하나인 비대면 기술 연구과제가 있습니다. 비대면 사용자 인증을 위한 안면인증, 무자각 인증 등 인증기술이 있고, 영상처리, 자연어처리를 위한 인공지능 기술이 있습니다. 아울러, 미래보안환경을 대비하기 위한 양자내성암호, 영지식 증명, 블록체인기술들도 연구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고객의 경험을 향상시키면서 안정성도 잡기 위한 연구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이데이터산업이 IT기업들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이에 대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계시는지요?

마이데이터는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고객의 데이터 주권을 확인하고, 고객이 능동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만들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접근할 때, 고객관점에서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 보다는, 사업자관점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접근도 일부 있는 것 같습니다. 카카오뱅크가 은행을 시작할 때 그랬던 것처럼,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가 아니라,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느냐일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카카오뱅크는 마이데이터 취지에 맞게 고객의 데이터주권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명확한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향후 카카오뱅크가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시할 그림은 무엇입니까?

앞으로도 금융은 우리 생활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로서 은행의 중요성은 결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금처럼 시간을 내서 지점에 간다거나, 무겁고 엄숙하게 금융거래를 하는 모습이 아니라, 좀더 생활 곳곳에 스며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우리는 카카오택시를 사용하는 경우 결제의 행위를 직접 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은행 역시 항상 사용되고 있지만 겉으로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유틸리티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상상을 해보면, 지금은 금융거래 단위가 계좌이기 때문에, 계좌번호를 이용해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아예 계좌번호는 기억하지 않고, 금융ID와 같은 개념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카카오뱅크는 우리나라 No.1 리테일 뱅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은행으로서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은행, 사용자 금융 생활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금융 fulfillment를 제공하는 은행이 될 것입니다. 오픈할 때 그랬던 것처럼,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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