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은 소리 없이 신속하게 진행되어 왔고, 미래에도 계속해서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삶의 질과 생산성 향상을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가지 가능성과 도전 과제 앞에서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면서 차분히 내공을 쌓고 있는 “치즈에이드㈜”는 치밀한 아이디어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시장을 탐색한 스타트업이다. 독수리 5형제를 연상케 하는 공동창업자 5인이 힘을 모아 창업한 치즈에이드 이웅기 대표이사를 만났다.
먼저 “치즈에이드”라는 회사 소개와 함께 동적 가격책정 모델(Dynamic Pricing)인 ‘AI Price’와 빛을 이용한 ‘가시광 통신기술’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동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창업 이래 현재까지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한 노하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치즈에이드”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인상적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흔히 볼 수 있는 식품인 ‘치즈’와 음료인 ‘에이드’를 합성하여 지은 이름입니다. 두 단어는 서로 조화롭지 않고 이질적이며 실제로 합쳐져서 존재하지 않기에 ‘새로운 비전과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치즈에이드”는 ‘AI Price’나 ‘가시광 통신’ 등 일반적인 기술들을 접목해서 2021년에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서 창업한 회사입니다. 그때 제안했던 기반기술이 ‘가시광 통신기술’이고 이를 활용하여 접목한 기술이 ‘AI Pricing’입니다.
가시광 통신기술은 빛을 통해 고성능의 센서와 송신기로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로서 값비싼 장비들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가시광 통신기술의 컨셉을 일반적인 인프라에서 쓸 수 있도록 저렴한 LED 조명이라든가 TV수상기 뒤에 있는 백라이트 유닛을 이용해 실생활에 활용하도록 했고, 그 기술을 적용한 것이 ESL(Electronic Shelf Label)이라고 불리는 “전자가격 표시기”입니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활성화되어 있는 가격 변화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전자가격 표시기’를 이용해 상용화하기로 하면서 “PRICE LAB(가격 실험실)” 매장을 시설하고 AI Pricing과 가시광 통신기술을 융합시켰습니다. 저희가 온라인에서만 가능했던 AI Pricing을 오프라인에서도 가능하게 함으로써 남들은 거의 못하는 소비 데이터와 공공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강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H/W적인 통신기술은 삼성전자에서 어느 정도 개발을 마치고 나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소비자 단계에서 AI Pricing을 하려니까 시장의 반응에 확신이 서질 않았습니다. 가격을 자주 바꾸면 소비자들의 의구심과 반발이 생기고 이를 해소하기에는 난관이 많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유통기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에 소비자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등 의외로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가격 변화를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정도로 준비가 된 시대가 되었고, 정확한 로직만 제공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호감을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상품의 컨디션에 맞춰 한시간 간격으로 가격이 변동하니까 소비자들도 납득하면서 선택을 합니다. 요즘은 AI 관련 기술들이 워낙 다양하고 정교해서 AI Pricing을 통한 가격 책정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C-Lab Inside를 통해 Spin-off된 치즈에이드는 구성원의 고민과 노력에 더한 여러가지 지원과 혜택 등 스타트업으로서는 출발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요.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사업적, 기술적 성과는 무엇이고, 향후 전망은 어떠한지요? 아울러 CEO를 비롯한 최고책임자 5명의 역할과 기능, 소통과 협력 방식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우선 고비용의 가시광 통신기술을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서 일반화 시킨 것이 가장 H/W적인 성과이고, S/W적인 사업적 성과는 앞으로 두드러지겠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benefit이 있었는데 바로 폐기물과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점주에게는 많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을까’가 주된 관심사였는데 운영하다 보니 가장 큰 문제는 폐기물이었습니다. 무인 편의점은 상품 폐기율이 높아서 미리 폐기율을 반영한 가격을 책정하므로 판매가도 높아집니다. 그런데 AI Pricing은 실시간으로 가격을 낮추고 어떨 때는 원가 이하로 낮출 수도 있어서 폐기율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폐기율이 낮아지니 상품 원가가 메리트를 가지면서 소비자와 점주가 이익을 보는 선순환이 만들어졌습니다. 폐기 상품이 적을수록 운영적, 수익적인 측면에서 유리하고 결국 소비자가 이득을 봅니다. 예상치 못했던 폐기물 감소는 ESG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양극화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전자상거래가 우세해지면 질수록 오프라인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전망해 왔습니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시장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오프라인 시장은 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확대되고 규모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쪽으로는 판매목적이 아닌 체험을 위주로 한 고급화된 쇼룸 전략으로 진행되고, 그 반대 쪽은 무인화가 확산되면서 어중간하고 모호한 편의점과 동네 슈퍼는 사라지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전자가격 표시기는 정보와 가격이 수시로 변하므로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측면에서 대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치즈에이드가 그들과 함께 사업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으리라 전망합니다. 프라이스랩은 소비자 반응이나 가격 모델 등에 확신이 없어서 실험실 개념으로 만든 매장이지만 데이터가 쌓이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소비자 밀착형 프로젝트를 추진해서 그간의 노하우들을 접목할 계획입니다.
창업 인력 5명은 마케팅, 하드웨어 개발, 소프트웨어 개발과 디자인 담당입니다. 보통 스타트업이 창업할 때 기술 강점과 특허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기술을 접목할 때 사용자 경험에 어떻게 침투시킬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따졌습니다. 소비자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해서 사용자에게 가격을 제안하고 소비자의 개념을 바꾸는 등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가 격변화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이고 폐기물을 감소시키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섯명에서 창업할 때 주변의 우려와 반대도 많았습니다. 공동 창업자 다섯명의 지분 구조는 필연적으로 사업상 의사결정과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에 무조건 성공하자고 다짐했고, 아직까지 손해보다 이득을 훨씬 많이 봤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영역에 대해서 서로 간섭하지 않듯이 저는 마케팅과 경영에만 집중합니다.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될 지에 대해서만 함께 집중해서 협력하고, 서로의 전문성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습니다.
AI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무인점포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는 있지만 해결해야 할 요소들도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상품 구성의 다양화, 방대한 D/B 구축, 결제오류 등 시스템 장애, 디지털 소외 계층의 불편, 일자리 감소, 절도 등 범죄 가능성과 전통적 오프라인 점포와의 불편한 동거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런 문제 요소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어떤 것들이고, 이와 관련하여 정부 또는 관계기관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편의점 등 무인 점포는 적은 투자 비용으로 오프라인 점포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 외에 지방에서도 소규모 인프라들을 더 많이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인 점포는 오프라인 대형슈퍼 대비 투자비가 매우 적기 때문에 곳곳에 많은 매장들과 다양한 제품들을 구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통기한이 3~4일 밖에 안 되는 신선식품이 소비가 빠르고 가격 변화가 크다 보니까 AI Pricing을 현재는 신선식품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의류나 공산품에까지 적용해서 상황이나 환경에 맞게 가격을 조정할 수 있게 합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유통기한이 바코드에 찍혀 있지 않다는 겁니다. 처음에 모바일로만 구매하도록 했더니 시니어분들은 모바일로 스캔하고 결제하는 게 익숙지 않아서 그냥 매장을 나가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해당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가격 변화를 적용하는 키오스크를 개발했지만, 바코드에 유통기한이 등록되어 있지 않아 저희가 일일이 등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즉,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은 매장에서 철수해야 하는데 일일이 상품을 찾아서 유통기한을 확인해야 해서 상당히 불편합니다. 우리나라는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사용하는데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습니다. 바코드에 유통기한 또는 소비기한에 대한 지침이라도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음식물 폐기와 관련해서 저희가 모르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겠지만 관계 기관에서도 관심을 갖고 유통기한을 바코드에 표기하는 방안을 검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치즈에이드가 더욱 성장하려면 본연의 기술력과 서비스, 사업확장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개발 외에 마케팅이나 홍보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익확보를 위해 추구하는 차별화된 홍보 방법이나 마케팅 전략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울러 실패 사례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AI Pricing이라든가 가시광 통신기술 자체 만으로 그렇게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소비 데이터의 수집이며 “데이터베이스 드리븐 비즈니스 (Data Base Driven Business)”입니다.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소비 데이터가 필요하고 AI Pricing은 소비 데이터를 모으는 하나의 툴(tool)에 불과합니다. 한편, 매장 키오스크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모바일 사용자를 대상으로 반값 할인, 쿠폰 제공 등과 같은 전략을 통해 더 치밀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돈이라는 건 모든 기업이 아는 사실이고 정말 중요한 데이터 드리븐 비즈니스는 시간이 관건이어서 후발 주자가 되면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최대한 먼저 빠르게 D/B를 수집하는 회사가 되어 고객의 니즈에 맞는 최적화된 데이터를 개발해서 제공하는 것이 치즈에이드의 목표입니다. 결국 데이터 수집은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미래에는 데이터가 특허나 기술보다 훨씬 돈이 되는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프라이스랩 매장 위치를 서울 강남 같은 번화가가 아닌 주택가로 선정한 이유도 인근에 청년 주택과 학교가 여러 개 있어서 고정고객을 확보하기 좋고, 따라서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즈에이드”에 대해서 여러 기업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데, 저희는 우수한 기술로 시장 조건에 적합하도록 어떻게 사업화하느냐의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합니다. 다섯명의 공동창업자가 힘을 합쳐 데이터베이스 드리븐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AI 기업이면서,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프라인의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2023년 현재 우리의 일상은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 중이지만 챗GPT를 비롯한 SW 산업구조 재편 등 국내외 IT 산업계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치즈에이드가 사업화한 ‘PRICE-LAB’ 무인점포 컨셉 기술과 아이디어가 국내외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비교우위 및 경쟁력이 있다면 무엇인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도전 과제는 또 어떤 것일까요?
챗GPT를 비롯해서 요즘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데이터를 무기로 하고 있습니다. 호텔 D/B를 수집, 제공하는 업체나 전기충전과 비주얼 데이터를 모으는 ‘테슬라’처럼 소비 데이터를 구축해서 AI Pricing 자료를 제공하고 기술을 적용하는 업체 모두가 저희의 협업 파트너입니다. 똑같은 소비 데이터를 모으는 기업이 있다면 경쟁사가 되겠지만, 저희는 강점을 살려 최종 소비단에서 소요되는 데이터를 모으려 하고, 더 깊게 더 디테일한 데이터를 모을 것입니다. 또 키오스크, POS기도 만들 수 있지만 협업을 통해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서 시너지를 내려고 하고, 유관 업체를 통한 소비자 관련 데이터 수집 등 경쟁보다는 협업으로 솔루션을 개발해 나가고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 합니다.
경계해야 할 것은 D/B를 잘못 해석할 경우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잘못하면 마케팅은 물론 사업성패가 갈릴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에서 제일 위험한 것은 사견이 개입하는 것이고, 계속 조심하고 경계해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불황으로 지금은 투자환경이 몹시 안좋은 상태입니다. 당장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하기 보다는 PoC(Proof of Concept)를 완벽하게 끝낸 뒤에 그 때까지 생존해서 성장동력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대표님은 현업 전문가로서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인 한이음, 프로보노 멘토로 후배 멘티들을 지도하고 계신데요. 멘토로 참가하게 됐던 계기와 멘토링을 통해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멘토링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련기술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아이디어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희 회사 박준용 이사가 ICT멘토링에 참여하면서 멘티들을 파악해 왔는데, 그 친구들이 학부생답지 않게 실력도 뛰어날 뿐 아니라 성실하고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채용을 목적으로 멘토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멘티 대다수가 ICT멘토링 체험이 목적이고 학업 중에 있었기 때문에 채용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저희와 같은 스타트업의 최대 관심사는 유능한 개발자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ICT멘토링에서 채용까지 이어주는 트랙이 있다면 크게 환영 받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들로 개발자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ICT멘토링에선 탐나는 인재들이 많았고,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지냅니다.
대학생 멘티들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의욕이 앞서다 보니 끝날 때 실망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멘토로서 가르쳐주는 것 보다 프로젝트를 완성하기까지 이끌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제를 어떻게든 끝맺어 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이클을 완성해 봤다’라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스타트업 종사자들께 조언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닌 것 같고, 창업을 하고자 하는 분들께 조언한다면 적어도 POC는 완성하고 나서 시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컨셉이 잡히고 증명이 되었을 때 사업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권고하고 싶습니다. 제가 여러 번 실패했던 이유는 기획이 생각대로만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안에서 가능한 것들이 밖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막히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자신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아이디어 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것은 없습니다. 확신이 들 때까지 신중하게 잘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