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의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급격하게 높였고 그에 따라 디지털 기술은 또 새로운 방향으로 빠르게 진보하고 확장하고 있다.
이에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국내외 기업들도 동시에 바빠졌다. 하지만 이미 도래한 줄 알았던 디지털 시대에도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며 디지털로의 완벽한 전환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깨달음은 기업들을 당황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의 김현정 부사장을 만나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 본다.
부사장님께서는 딜로이트 컨설팅의 디지털 부문 리더로서 한국 및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전환 관련 컨설팅을 총괄하고 계십니다. 국내기업들이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이며, 기억에 남는 컨설팅 성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두드러지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국내 기업의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애로사항 중의 하나는 CEO를 포함한 CXO와 IT 또는 DT 리더십 간의 간극입니다. 많은 한국 기업이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의사와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최고 경영진과 IT/DT 기술 리더 간의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CXO 아젠다로 디지털이 깊이 있게 다뤄지고는 있지만 이와 같은 ‘간극’ 때문에 본격적인 투자나 실행이 필요한 시점에서는 의사 결정이 늦어지거나 변화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기업명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딜로이트 컨설팅은 최근 3~4년간 국내의 대표적인 그룹사들의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다양한 자문을 담당해왔습니다. 특히 디지털전환 난이도가 높은 제조업에서는 제품 차원의 DT(스마트 또는 커넥티드 프로덕트)와 프로세스 차원의 DT를 함께 추진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관점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와 클라우드 역량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딜로이트는 특히 최근 3~4년간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디지털 전환 관련 자문을 수행해 왔는데,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꾸준히 관련 분야에서 고객과의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유의미한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는 최근 발간한 ‘2021 테크트렌드’ 보고서에서 ‘디지털’과 ‘데이터’, 그리고 ‘경험’을 2021년 이후의 2년간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세 가지 기술 트렌드로 꼽았습니다. 이렇게 꼽은 이유와 배경이 궁금하며 앞으로 다가올 기술 트렌드에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딜로이트에서 발표하는 ‘테크트렌드’는 기업의 기본 토대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상호작용(Interaction) 역량’, ‘정보(Information) 역량’, ‘전산(Computation) 역량’에 향후 2년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는 기술들을 담고 있습니다. 2021년 테크트렌드의 핵심은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경쟁력을 회복하고 강력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변화를 지속하는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내용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디지털이 다시 강조되는 이유는 디지털화의 대상이 예전에는 고객과의 접점에서만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기업의 핵심인 코어까지 포함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데이터의 산업화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경험 역시 기존과는 전혀 다른 규모와 철학을 바탕으로 재정의 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기업의 코어를 디지털화하는 기술, 산업화된 데이터 처리하는 분석 기술, 그리고 내·외부 제약 없는 경험을 실현하는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한 앞으로의 2년이 될 전망입니다. 이 같은 기술 트렌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대하는 관점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이제는 DT 2.0의 시대이기 때문이죠.
부사장님께서는 올 7월 여러 매체를 통해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국은 클라우드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하셨는데 그러한 이유는 무엇이며, 국내에서 클라우드의 확대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준비가 필요할까요?
‘2021 테크트렌드’에서도 강조했듯이 기업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량 중 하나가 바로 전산 역량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기술 진화는 더욱더 풍요로운 혜택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이를 제때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 당장 계산할 수 있는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역량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DT 추진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장단점이 다양하게 드러나는데, 지금까지의 장점이 새로운 변화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한국은 그 동안 온프레미스로 대변되는 기존의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이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 집중해 왔고 그 결과 비용측면에서는 좋은 성과를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현재 상황이 미래의 혁신을 앞당기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존의 데이터센터를 가진 상황에서 새로운 아키텍처와 개발 장식을 요구하는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망설이게 되는 거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량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플랫폼의 변화가 어떤 가능성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디지털 또는 IT의 조직이나 리더가 이 변화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기업의 최고 경영층에서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의 클라우드 잠재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클라우드를 기술 인프라 관점에서 보는 것에서 탈피하고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층(Layer)에서의 잠재력 전체를 바라보며 기업의 미래와 역량을 설계하는 체계를 확보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안들도 많고 충분한 준비도 필요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며 DT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결국 사업이, 나아가 기업이 미래에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은 필수입니다. 딜로이트 컨설팅에서 수행하는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이 어떤 변화에도 생존력과 탁월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기업이 스스로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명확히 이해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펼치는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 그리고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의 모습은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화의 속도와 같은 속도로 기업의 현재 모습과 미래 가능성을 끊임없이 짚으면서, 동시에 지치지 않고 유연하고 시의 적절한 의사 결정과 실행을 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드코로나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전환은 기업경영의 필수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현재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국내 CEO분들에게 꼭 조언하고자 하는 말씀 부탁 드립니다.
한국은 전면적인 통제나 봉쇄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기업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켜야 하는 압력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었던 국가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오히려 위드코로나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그 동안 한계로 작용한 최고 경영층과 IT/DT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구도와 체계를 실질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고 경영층이 디지털 전환 담당자를 항상 가까이 두고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실질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기업 내 상징성도 크기 때문에 조직 내 기술기반 변화에 대한 인지도가 달라지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최고 경영층이 인식 변화를 보여주면 조직 전체에 파급효과가 생기고, 이는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