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종식과 재택근무의 증식

코로나19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면서 IT기업들의 근무체제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시행된 재택근무의 경험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직장인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팬데믹 여파로 미국에서 300만 개 이상의 전문직이 재택근무로 전환되었으며, 경제학자들도 미국 직업의 37%는 영구적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적어도 20%가 완전 재택 근무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EY컨설팅이 22개국 1,500 기업 임직원 1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측 응답자 22%는 주5일 전면 사무실 출근을 시행하길 원하고, 직원들은 80%이상이 최소 주2일 이상 재택근무를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형태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직장인의 64%는 새로운 업무 방식 도입이 생산성을 증대했다고 생각했지만, 기업측에서는 생산성이 되려 떨어졌다고 응답자의 41%가 답했다. 국내의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620개 기업 대상)에서도, 전체의 53.6%는 ‘생산성에 차이가 없다’고 응답했고, 잡코리아의 근로자 만족도 조사(직장인 412명 대상)에서는 근무 환경의 변화에 대하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86.9%로 나타났다. 또한 재택근무를 이직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로 본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반면 경영진은 재택근무가 새로운 발상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며, 우려를 토로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연 이은 재택근무로 인해 신작 출시가 미뤄져 실제로 연간매출 감소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고 있다.

최근 IT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재택근무 및 주 4일제와 같은 유연 근무 제도를 핵심 인력 영입을 위한 유인책으로 적극 활용하는 추세이며,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재택근무가 폐지되면서 퇴사하는 직원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기업에서는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해 주4일제 근무, 워케이션 등 다양한 복지카드를 내세우며 인재 잡기에 집중하고 있고, 정부차원에서도 재택근무 법제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재택근무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을 공고하고 재택근무 법제화 방안 연구를 추진하여, 근로장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고 재택근무 도입과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근무장소는 ‘소속 사업장’을 전제로 하고 있어,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근거와 재택근무 시 임금, 근로시간 등을 중심으로 법적 분쟁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변화한 근무환경에 대한 인식에 맞춰 새로운 체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는 6개월에 한 번씩 ‘주 3일 출근’과 ‘전면 재택근무’를 두고 직원이 자유롭게 선택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커넥티드 워크’를 시행하기로 했고, 카카오는 근무 장소를 자유롭게 하되 주 1회 오프라인 만남과 음성채널 활용을 권장하기로 했다. 기존의 재택근무 형태를 넘어 휴식하면 일하는 ‘워케이션(workcation)’방식을 도입하는 IT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함께한다는 의미로, 이전의 원격근무와 달리 해외 휴양지나 제주도 등 국내 관광지에서 업무를 허용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플랫폼 기업의 재택근무 도입 현황

출처: 머니투데이(2022.06.21.)

한편 재택근무의 확대는 비싼 임대료와 유지관리비를 줄일 수 있어 기업에서도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재택근무에 따른 직원들의 지원비 요구와 사무실 임대 변경의 문제, 거점 오피스 등의 계약과 이에 따른 IT기기 지원 비용 부담에 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같은 IT업계이지만 게임회사나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문제와 같은 기업 내에서도 담당하는 직군에 따라 재택근무가 어려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하는 것도 IT기업이 앞으로 풀어 가야할 문제이다.